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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에 담긴 인간성의 유쾌한 실험 – 영화 『하이파이브』 리뷰

by 별책별하 2025. 6. 7.

영화 하이파이브
영화 하이파이브

강형철 감독의 귀환, 장르를 유쾌하게 비틀다

영화 『하이파이브』는 『써니』, 『과속스캔들』, 『타짜: 신의 손』 등으로 이미 대중성과 연출력을 입증한 강형철 감독의 신작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초능력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간의 정서적인 가족 코미디와는 다소 결이 달라 보이지만, 여전히 그의 영화가 지닌 유쾌함과 따뜻함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감독은 ‘초능력’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다섯 명의 평범한 인물들이 각자의 고통과 상처를 이겨내는 성장 서사를 완성하며, 장르를 비트는 데 성공합니다.

줄거리는 장기 이식을 통해 능력을 얻게 된 다섯 인물이 등장하며 시작됩니다. 이재인이 연기한 완서는 심장 이식 후 발차기 초능력을 지닌 태권도 유망주이고, 안재홍이 분한 지성은 폐 이식 후 어마어마한 폐활량을 얻습니다. 라미란의 선녀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불분명한 능력을, 김희원의 약선은 치유 능력을, 유아인의 기동은 전자기파를 다루는 힘을 가집니다. 이들은 각자의 삶에서 외면당하거나 고립된 인물들이었으며, 초능력을 계기로 만나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감성의 절묘한 균형

『하이파이브』는 기본적으로 코미디 영화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웃음을 넘어서 감정을 자극하는 순간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다섯 명의 캐릭터는 각자 초능력만큼이나 개성이 강하며, 그들의 충돌과 협업은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특히 라미란과 김희원의 중후한 코미디 연기, 유아인의 톤다운된 연기 변화는 관객의 몰입을 돕는 주요 요소입니다. 그동안 유아인은 강렬한 연기 스타일로 잘 알려졌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감정을 억누른 채 고독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색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스토리 전개에서는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히어로물 구조를 떠올리게 하는 면도 있지만, 그 틀을 유쾌하게 비트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이들이 모여 하나의 ‘히어로 팀’을 결성하기까지 과정은 진지하지 않고, 오히려 일상의 해프닝처럼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이는 전통적인 영웅 서사를 벗어나, 초능력을 갖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로 영화의 톤을 조율합니다.

이러한 설정 덕분에 영화는 전 연령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적 재미를 갖추면서도, 가족, 사회, 연대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냅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각 인물의 상처와 과거가 드러나면서 극의 밀도가 높아지며, 그들이 초능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관객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해집니다.

판타지를 매개로 한 인간성 회복의 메시지

영화의 핵심은 ‘이식’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간 사이의 연결 가능성을 그려낸다는 점입니다. 심장, 폐, 신장, 간, 각막이라는 장기를 타인으로부터 이식받았다는 전제는 단순한 신체적 변화가 아닌, 정체성의 재구성을 의미합니다. 각 인물은 그 장기를 통해 새로운 삶을 얻었지만 동시에 이전 삶의 고통과 마주하게 됩니다. 감독은 이들의 여정을 통해 우리가 서로의 일부가 되어 살아간다는 은유를 제시하며, 그 속에서 연대와 공존의 가능성을 말합니다.

악당으로 등장하는 박진영의 캐릭터 ‘영춘’은 이러한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는 췌장을 이식받은 후 젊음을 빼앗는 능력을 가지게 되며, 그 능력을 통해 절대자가 되려 합니다. 이는 초능력이 가진 위험성과 윤리적 함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반면 다섯 주인공은 초능력을 수단이 아닌 관계 회복의 도구로 사용하면서, 인간성과 따뜻함을 강조합니다.

결국 『하이파이브』는 단순한 오락영화를 넘어, 우리가 어떻게 타인의 일부분이 되어 살아가는지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코미디와 액션, 감동이 균형 있게 어우러지며, 특히 한국형 초능력 영화가 어떤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장르에 대한 실험이 부담스럽지 않게 구현되었고, 캐릭터 중심의 내러티브도 안정적이며, 무엇보다 웃음과 감동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전개가 돋보입니다.

초능력이라는 판타지의 외피를 입었지만, 결국 이야기의 핵심은 ‘사람’에 있습니다. 『하이파이브』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여름철 가족과 함께 보기에도 적합하며, 무겁지 않으면서도 의미 있는 여운을 남기는 작품으로 추천드릴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