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오랜 시간 제작과 개봉을 기다려온 영화 <핸섬가이즈>가 드디어 관객들과 만났습니다. 이성민과 이희준이라는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의 조합, 그리고 전직 헐리우드 특수효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이색적인 배경 덕분에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방향성과 완성도는 기대와는 다른 차원의 충격과 의문을 남깁니다.
<핸섬가이즈>는 스릴러, 호러, 코미디의 요소를 동시에 품은 병맛 미스터리 코미디물입니다. ‘핸섬’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예측 불가능한 전개, 기묘한 유머, 그리고 이질적인 연출은 관객들에게 신선함과 당혹감을 동시에 안깁니다.
줄거리: 핸섬가이는 어디에?
이야기의 출발점은 단순합니다. 외딴 시골 마을의 낡은 집을 헐값에 구입한 두 남자, 재규(이성민)와 승진(이희준)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시작하려는 평범한 인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선택한 집은 과거에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던 공간으로, 곧 이상한 기운과 함께 마을 전체가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영화는 공포물처럼 흘러가는 듯하지만,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초자연적 현상과 기묘한 마을 사람들, 그리고 과장된 상황 설정은 영화를 전형적인 장르물로 규정짓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병맛’이라는 키워드는 이 영화를 설명하는 데 가장 적절한 단어가 됩니다.
두 주인공은 '핸섬가이즈'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외모보다는 어딘가 어수룩하고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로, 계속해서 비현실적인 상황에 휘말리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과연 누가 진짜 ‘핸섬가이’인지, 그리고 이 사건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끝까지 봐도 쉽게 설명되지 않을 만큼 비논리적이고 파격적인 전개로 이어집니다.
장르 실험의 장점과 한계
<핸섬가이즈>는 영화 장르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실험적인 시도를 감행합니다. 공포 영화의 문법을 차용한 초반 분위기, 갑작스러운 좀비 등장, 그리고 코믹한 대사 처리와 과장된 액션은 관객을 계속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감독 장민재는 특수효과 분야에서 오래 활동한 경력을 살려, 직접 분장, 괴물 디자인, 슬랩스틱 장면 등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는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오랜만에 한국 영화에서 ‘직접 특수분장’을 중심으로 한 장면들이 다수 등장해, 저예산 B급 공포영화나 1980~90년대 괴수영화를 연상시키는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이 모든 관객에게 유효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르적 실험은 어느 지점에서부터는 혼란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특히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인물 간의 서사 구조를 중시하는 관객에게는 허술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스토리는 후반부로 갈수록 급격하게 비논리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복선 없이 등장하는 인물이나 상황 전환은 영화에 몰입하기 어려운 요인이 됩니다. 결국 이 영화는 관객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따라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코미디적 해석
이성민과 이희준의 조합은 이 영화의 중심축입니다. 두 배우는 각각의 개성과 생활 연기를 발휘하며, 비현실적인 세계 속에서도 현실감을 부여합니다. 특히 이성민은 특유의 진중한 톤과 코믹한 타이밍을 넘나들며 극의 무게를 잡아주고, 이희준은 유쾌하면서도 당황스러운 상황에 능청스럽게 대응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유도합니다.
또한 조연으로 등장하는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나 설정도 이 영화의 정서에 부합하는데, 이들이 의도적으로 ‘B급 감성’을 살리는 방식은 영화의 톤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영화의 웃음은 전통적인 코미디와는 다릅니다. 무리한 설정을 진지하게 밀어붙이는 데서 오는 아이러니,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 전환에서 오는 허무한 웃음이 주된 웃음 포인트입니다. 이런 유머 코드에 익숙하지 않다면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대단히 유쾌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저는 이성민 배우를 대왕세종이나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진중한 역할을 하는 것만 보다가 코미디적 요소에 왠지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나름 재미있게 보게되었습니다.
마치며 – 당신은 이 기묘한 유머를 견딜 수 있는가?
<핸섬가이즈>는 한국 상업 영화계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의도적 B급 감성과 장르 파괴 실험정신이 결합된 작품입니다. 완성도나 메시지 전달보다는, 기괴한 유머와 낯선 이야기 전개, 그리고 비주얼 충격을 즐기는 관객에게 맞는 영화입니다.
모든 영화가 ‘의미’와 ‘메시지’로만 소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이렇게 어처구니없고 기묘한 경험 자체가 하나의 장르적 재미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핸섬가이즈>는 그런 측면에서 오락성과 실험정신을 모두 품은 독특한 작품입니다.
다만 이 영화는 분명히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영화이며,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유머를 좋아하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평가를 내리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당신이 ‘정돈된 이야기’보다 ‘예측불가한 전개’와 ‘병맛 미학’을 즐긴다면, <핸섬가이즈>는 의외로 꽤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