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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리뷰

by 별책별하 2025. 6. 28.

영화 서울의 봄
영화 서울의 봄

“혼란의 시대, 끝까지 나라를 지켜낸 사람들”

1. 역사적 실화를 다룬 묵직한 현실 정치 스릴러

2023년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결코 잊혀서는 안 될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역사 재현이 아닌, 당시 혼란스러웠던 시대의 긴장과 갈등, 그리고 군 내부의 권력 다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관객에게 마치 그날의 서울에 함께 있었던 듯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1979년 10·26 사태 이후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육군 소장 전두광이 중심이 된 신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모의하고 실행에 옮기는 9시간의 과정을 숨 가쁘게 따라갑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윤리적 거리두기를 잊지 않고 균형 있게 접근합니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픽션의 영역이 아닌, 실제로 벌어졌던 역사이기에 그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관객은 영화 속 인물들의 선택과 갈등을 바라보며 그날의 서울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차분하게 체감하게 됩니다.

2. 황정민과 정우성이 그려낸 진짜 사람들

이 영화의 진정한 강점 중 하나는 바로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과 몰입도 높은 캐릭터 해석입니다. 황정민은 합법적 계엄권을 수호하려는 이태신 장군 역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인간적인 고뇌를 절제된 연기로 표현해냅니다. 반면 정우성은 군사반란의 중심에 선 전두광 소장 역을 맡아 냉정하면서도 광기 어린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습니다. 그의 눈빛과 어조, 무표정 속 숨겨진 폭력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공포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며, 단순한 악역이 아닌 구조적으로 권력을 탈취하고자 한 실제 인물의 의도를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이 두 배우의 대립은 영화의 중심축이며, 각자의 신념과 가치관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긴장은 영화를 단순한 '쿠데타 묘사'에서 '인물 심리전'의 영역까지 확장시킵니다. 이외에도 김성규, 정성일, 이성민 등 조연진의 탄탄한 연기는 군 내부의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며, 긴장과 혼란 속에서도 인간적인 고뇌와 충돌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캐릭터 모두가 단순히 역사적 위치를 재현한 것이 아닌, 실제로 존재했던 인간으로 느껴지게 하는 연기력이 이 영화의 서사적 완성도를 더욱 높여줍니다.

3.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된 영화

<서울의 봄>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역사극이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거울이자 경고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선과 악, 승자와 패자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로 몰아가지 않으며, 오히려 '누가 무엇을 지켰고, 누구는 왜 그 길을 택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민주주의가 단순히 제도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개인들의 선택과 책임감으로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념을 강요하지 않으며,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판단하고 사유하도록 유도합니다. 또한,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들 만큼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과 자유가 누군가의 침착한 판단과 결단, 그리고 그날을 지켜낸 사람들의 헌신 덕분이라는 점을 절실히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특별한 드라마틱 장치를 사용하지 않음에도, 관객 모두가 자연스럽게 기립할 수밖에 없는 감정을 끌어냅니다. 우리가 이 영화를 '기억해야 할 영화'로 불러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날을 잊지 않아야만 오늘과 내일을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