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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민덕희〉 리뷰

by 별책별하 2025. 7. 24.

시민덕희
시민덕희

1. 간단한 줄거리

영화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으로 전 재산을 잃은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 분)의 일생일대 반격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세탁소 화재로 인해 대출을 알아보던 생활력 만렙의 덕희에게 어느 날 거래은행의 ‘손대리’라 소개하는 이가 합리적인 대출상품을 권유하며 전화를 걸어옵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조금이라도 이자를 아끼려던 덕희는 그의 요구대로 수수료를 보내고 또 보내며 전 재산을 잃게 되고, 이 모든 과정이 보이스피싱 범죄였음을 뒤늦게 깨닫고 절망에 빠집니다.

아이들과 거리로 나앉게 생긴 덕희에게 어느 날, 그 사기범 ‘손대리’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옵니다. 이번엔 돈이 아니라 “살려달라”는 구조 요청이었습니다. 경찰조차 포기한 사건이지만 덕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잃어버린 돈을 반드시 찾아오고, 가족의 삶을 지키기 위해 덕희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필살기를 하나씩 장착한 채 보이스피싱 조직이 있는 중국 칭다오로 직접 날아가며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합니다. 평범한 시민에서 불굴의 투사로 성장하는 덕희의 이야기는, ‘정의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2. 발전하는 보이스피싱

<시민덕희>가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공포는 바로 끊임없이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입니다. 영화 속 덕희가 겪는 보이스피싱 수법은 매우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입니다. 단순히 전화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은행 직원의 말투, 필요한 서류, 수수료 명목으로 송금 유도 등 현실에서 일어나는 수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더욱 실감납니다.

실제로 보이스피싱 범죄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범죄임을 인지하기 전에 이미 상당한 금액을 잃고 말게 됩니다. 영화는 이를 생생하게 담아내며 관객들이 스크린 속 사건을 ‘영화적 과장’으로 느끼지 못하게 할 만큼 현실적으로 접근합니다.

특히 범죄 조직이 중국 현지 콜센터를 운영하며 피해자를 속이는 과정과, 범죄자들도 위계 구조 속에서 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보이스피싱이 단순히 개인의 탐욕이 아닌, 조직화된 범죄임을 보여줍니다. 영화 속 손대리 역시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복잡한 입장에 처해 있어, 보이스피싱 범죄의 어두운 구조적 현실을 동시에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3. 상처만 남는 현실

<시민덕희>는 ‘정의구현’을 향해 나아가는 통쾌한 스토리로 보이지만, 그 끝에는 상처만 남는 현실의 쓴맛이 함께 따라옵니다. 덕희는 가족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사기를 당했고, 전 재산을 잃은 뒤에도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다시 일어섭니다. 하지만 그녀가 다시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으며, 과정 중 만나는 편견, 사회의 무관심, 피해자의 고통은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영화 속 덕희는 결국 범죄 조직을 향해 통쾌한 반격을 날리지만, 그 과정에서 보이스피싱이 남긴 상처와 피해는 단순한 액션 한 편으로 씻겨 나가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왜 속았느냐’고 말하기 전에,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책임지고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또한 보이스피싱 피해 이후의 삶, 회복 과정, 그리고 다시 일어나려는 의지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나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줍니다. 덕희의 고군분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으며, 그 끝에는 정의의 실현과 동시에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현실의 상흔이 남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마무리하며

영화 <시민덕희>는 단순한 보이스피싱 피해 복수극을 넘어, 피해자 중심의 시선으로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겪고 있는 금융 범죄의 현실과 그 상처를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생활력 만렙의 평범한 시민 덕희가, 가족의 삶과 소중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일어서는 이야기는 통쾌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주며, ‘나도 언젠가는 덕희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함께 작은 용기를 심어줍니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발전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대비해야 할지, 그리고 피해자들의 고통에 우리는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할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스스로의 금융 안전을 점검하고 사회적 경각심을 가져야 함을 일깨워주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