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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너머의 구원 서사, 영화 『엘리야스』 리뷰

by 별책별하 2025. 6. 6.

영화 엘리야스
영화 엘리야스

고립된 병사의 귀환: 전직 특수요원의 그림자

영화 『엘리야스』는 전직 특수부대원이자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호원 ‘엘리야스’가 한 소녀의 보호자로 나서며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영화는 엘리야스라는 인물의 내면에 깊이 파고들며, 그가 단순한 액션 히어로가 아니라 고통과 죄책감 속에서 방황하는 인간임을 보여줍니다. 초반부에서 그는 냉정하고 감정이 배제된 인물로 묘사되지만, 소녀 누르와의 관계 속에서 점차 인간적인 온기를 회복해 나갑니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보호 임무 서사의 구조를 따르면서도, 주인공의 심리적 균열을 세밀하게 조명한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플로랑 에밀리오 시리 감독은 엘리야스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 편집으로 연결하며 관객이 그의 내면을 추적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와 같은 연출 방식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넘어서,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정서적 상태의 복잡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무엇보다 영화는 엘리야스를 통해 폭력과 상처, 구원의 가능성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탐구합니다. 이 인물은 단순한 전투 기술자나 경호원이 아니라, 폭력의 세계에서 살아남아 인간다움을 회복하려는 상징적인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러한 인물 중심 서사는 영화의 정체성을 단단하게 만들며,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감을 잃지 않게 합니다.

긴장감과 감정이 교차하는 내러티브

『엘리야스』의 서사는 치밀한 액션 전개와 정서적 유대를 동시에 이끌어냅니다. 특히 소녀 누르와의 관계는 단순한 경호 대상과 보호자의 관계를 넘어, 두 인물 간의 감정적 회복을 그리는 핵심 축이 됩니다. 누르는 전통적인 ‘위험에 처한 존재’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엘리야스의 거울이자 내면을 비추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둘의 관계를 통해 영화는 단순한 액션 이상의 의미를 획득하게 됩니다.

감독은 액션 장면에서도 감정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전투와 추격 속에서도 등장인물들의 동기와 심리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관객은 그저 스펙터클을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따라가게 됩니다. 특히 중반부와 후반부에 걸쳐 배치된 액션 시퀀스들은 극적인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엘리야스의 정서적 변화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냅니다.

촬영과 음악 또한 영화의 정서적 색채를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어두운 톤의 색보정과 폐쇄된 공간의 연출은 엘리야스의 심리적 고립감을 반영하며, 잔잔하게 흐르는 피아노 선율은 감정선의 고조에 힘을 실어줍니다. 이처럼 시각적·청각적 요소들이 내러티브와 긴밀하게 결합되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액션을 넘어선 사회적, 윤리적 질문

『엘리야스』는 표면적으로는 고도로 훈련된 전직 병사가 소녀를 보호하는 액션 서사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윤리적 질문과 사회적 함의가 숨어 있습니다. 영화는 보호와 폭력, 정의와 복수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며, 엘리야스의 선택이 도덕적 회색지대에 놓여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가 택한 수단은 명백히 비폭력적이지 않지만, 그 동기에는 인간적인 연민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중적인 측면은 영화가 단순한 오락물로 소비되지 않도록 만들며, 관객에게도 자발적인 사유를 요구합니다. 영화는 폭력을 단순한 해결책으로 제시하지 않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상처와 책임, 회복 가능성을 함께 다룹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단호한 결단 이후의 여운과 죄책감, 그리고 다시 살아갈 이유에 대한 암시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결국 『엘리야스』는 ‘구원’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돌아보게 합니다. 타인을 구하는 일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며, 자기 자신을 구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던집니다. 전직 군인의 폭력적 경험과 한 소녀의 순수성이 교차하는 서사 속에서, 영화는 인간성의 회복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탐색합니다. 이는 액션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넘어선 영화의 성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본 리뷰는 2024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엘리야스(Elyas)』에 기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