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자유전학(Molecular Genetics)은 유전 정보의 최소 단위인 DNA(deoxyribonucleic acid)와 RNA(ribonucleic acid)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의 조절 기전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입니다. 세포유전학이 염색체 수준의 이상을 다룬다면, 분자유전학은 염기서열(sequence) 수준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변이를 분석함으로써 질병의 원인과 발생 기전을 보다 정밀하게 규명합니다. 현대 병리학과 임상 진단에서는 분자유전학적 분석이 질병의 조기 진단과 맞춤 치료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1. 유전자의 구조와 유전자 발현 조절
유전자는 DNA 상의 특정 염기서열로 구성되며, 단백질을 합성하거나 기능성 RNA를 생성하는 정보를 포함합니다. DNA는 아데닌(adenine), 티민(thymine), 구아닌(guanine), 시토신(cytosine) 네 가지 염기로 구성되며, 이 염기서열의 배열이 유전 정보의 다양성을 결정합니다. 유전자는 엑손(exon)과 인트론(intron)으로 구성되며, 전사(transcription)와 번역(translation)을 통해 단백질로 발현됩니다.
유전자 발현은 단순히 유전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이 아니라, 다양한 조절 인자(regulatory factor)에 의해 정밀하게 통제됩니다. 전사 인자(transcription factor), 프로모터(promoter), 인핸서(enhancer) 등의 조절 요소는 특정 시점과 조직에서 유전자가 발현되도록 조절합니다. 이러한 조절 기전의 이상은 정상적인 세포 분화와 기능을 방해하며, 종양이나 대사성 질환과 같은 병리적 상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유전자 변이와 질환 발생 기전
분자유전학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유전자 변이(gene mutation)입니다. 변이는 염기 하나의 치환(point mutation), 삽입(insertion), 결실(deletion)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으며,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겸상적혈구빈혈(sickle cell anemia)은 β-globin 유전자의 점돌연변이(point mutation)에 의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단일 유전자 질환입니다.
유전자 변이는 선천적(germline mutation)으로 존재할 수도 있고, 후천적(somatic mutation)으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종양 발생 과정에서는 체세포 돌연변이가 축적되면서 종양 억제 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의 기능 상실이나 종양 유전자(oncogene)의 활성화가 일어납니다. TP53, RB1과 같은 종양 억제 유전자의 변이는 세포 주기(cell cycle) 조절 실패를 초래하여 비정상적인 세포 증식을 유도합니다.
3. 분자유전학적 검사와 임상적 활용
분자유전학적 검사는 질병 진단과 예후 예측, 치료 반응 평가에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검사 기법으로는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실시간 PCR(real-time PCR), 염기서열 분석(DNA sequencing),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generation sequencing, NGS)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법은 소량의 검체에서도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로 유전자 변이를 검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임상적으로 분자유전학은 종양 진단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폐암(lung cancer) 환자에서 EGFR, ALK, KRAS 유전자 변이를 분석함으로써 표적 치료(targeted therapy)의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전성 유방암과 연관된 BRCA1, BRCA2 유전자 변이는 가족력 평가와 예방적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맺음말
분자유전학(Molecular Genetics)은 질병의 원인을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하고, 개인별 특성에 맞는 진단과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현대 의학의 핵심 학문입니다. 세포유전학과 함께 병리학적 진단의 정밀도를 높이며, 정밀의학과 맞춤 의료(personalized medicine)의 발전을 이끄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분자유전학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는 복잡한 질환의 병태생리를 파악하고, 보다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수적인 지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