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염분자진단법은 병원체의 유전물질(DNA 또는 RNA)을 직접 검출하여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검사 방법으로, 기존의 배양 검사나 면역학적 검사에 비해 높은 민감도(sensitivity)와 특이도(specificity)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세균, 바이러스, 진균, 기생충 등 다양한 병원체에 적용 가능하며, 배양이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미생물의 진단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현대 임상미생물학과 진단검사의학 분야에서 감염분자진단법은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 전략 수립을 위한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1. 감염분자진단법의 원리와 특징
감염분자진단법의 기본 원리는 병원체가 가지고 있는 특이적인 유전자 서열(target gene)을 증폭하거나 검출하는 데 있습니다. 이 과정은 주로 핵산 증폭 기술 (nucleic acid amplification technique, NAAT)을 기반으로 하며, 극소량의 병원체 유전물질도 검출할 수 있는 높은 분석 능력을 보입니다.
분자진단법은 검체 내 살아 있는 미생물뿐 아니라 사멸된 병원체의 유전자도 검출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생제 치료 후에도 진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검사 결과가 수 시간 내에 도출되어 중증 감염이나 응급 상황에서 신속한 임상적 판단을 가능하게 합니다. 반면, 오염(contamination)에 민감하고 검사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은 검사 시행 시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2. 주요 감염분자진단 기법과 적용 질환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은 감염분자진단법의 대표적인 기술로, 특정 DNA 서열을 반복적으로 증폭하여 병원체를 검출합니다. PCR은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 성매개감염균(Chlamydia trachomatis), 다양한 바이러스성 감염 질환의 진단에 폭넓게 활용됩니다.
실시간 PCR(real-time PCR)은 증폭 과정에서 형광 신호를 측정하여 병원체의 존재 여부뿐 아니라 정량적 분석(quantification)까지 가능하게 한 기법입니다. 이는 바이러스 부하(viral load) 평가에 유용하며, HIV, B형 간염 바이러스(HBV), C형 간염 바이러스(HCV)와 같은 만성 바이러스 감염의 치료 반응 모니터링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중 PCR(multiplex PCR)은 하나의 반응에서 여러 병원체를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기술로, 호흡기 감염(respiratory infection)이나 패혈증(sepsis)의 원인균을 신속히 감별하는 데 활용됩니다. 최근에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 (next-generation sequencing, NGS)을 이용하여 병원체의 전체 유전체를 분석하고 항균제 내성 유전자 (resistance gene)를 동시에 파악하는 진단법도 점차 임상 현장에 도입되고 있습니다.
3. 감염분자진단법의 임상적 의의와 한계
감염분자진단법은 기존 배양 검사에 비해 빠르고 정확한 결과를 제공함으로써 조기 진단과 적절한 항균제 치료 선택에 크게 기여합니다. 특히 원인 불명의 발열(fever of unknown origin), 중증 감염, 면역저하 환자의 감염 진단에서 그 임상적 가치가 매우 큽니다.
그러나 분자진단법은 병원체의 존재 여부만을 확인할 뿐, 실제 생존 여부나 감염의 활성도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검출된 유전자가 정상 상재균(normal flora)에서 유래한 것인지, 병원성 균(pathogenic organism)인지에 대한 임상적 해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따라서 감염분자진단 결과는 임상 증상, 영상 검사, 혈액검사 결과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해석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