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보다 달콤한 상상력, 그러나 덜 녹아든 서사”
2024년 개봉한 영화 <웡카>는 로알드 달(Roald Dahl)의 명작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로, 초콜릿의 천재 제작자 윌리 웡카의 젊은 시절을 그린 뮤지컬 판타지 영화입니다.
<패딩턴> 시리즈로 따뜻한 감성을 보여준 폴 킹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티모시 샬라메가 젊은 웡카 역을 맡아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화는 웡카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었는지를 밝히는 데 집중하며, 순수한 상상력과 희망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러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재미있게 본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영화의 서사는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시각적 완성도는 훌륭하지만, 내러티브의 흡입력과 인물의 깊이에서는 부족함이 존재합니다.
1. 젊은 웡카의 여정, 그러나 흡입력은 부족
영화는 웡카가 초콜릿에 대한 열정을 안고 런던으로 들어오며 시작됩니다. 그는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부패한 초콜릿 카르텔과 맞서 싸우게 됩니다. 처음에 영화 초반부를 보자마자 <찰리와 초콜릿 공장>와 연결성이 단 하나도 없는 스토리 전개에 솔직히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예고편을 보고 나서 해당 영화를 본 것이긴 하지만 윌리 웡카의 조상도 아니고 전혀 연관성이 없는 내용에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였습니다.
초반의 뮤지컬 요소는 활기차고 시각적으로 아름답습니다. 웡카가 초콜릿을 만들며 부르는 노래와 함께 펼쳐지는 런던의 환상적인 풍경은 확실히 몰입감을 줍니다. 하지만 스토리 전개가 다소 예측 가능하고, 위기와 반전 요소가 평이하게 구성되어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는 안정적이고, 젊은 웡카를 사랑스럽게 표현해냅니다. 그러나 기존의 괴짜스럽고 신비한 웡카 이미지와는 다른 방향이라,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연결성이 다소 약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2.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의 비교 – 감각적이지만 깊이는 얕다
2005년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다소 기이하고 복잡한 분위기 속에 깊은 상징성과 도덕적 교훈을 담아낸 작품이었습니다. 조니 뎁이 연기한 웡카는 외로움과 과거의 상처를 안고 있던 입체적인 인물이었습니다.
반면 <웡카>는 보다 밝고 동화적인 분위기를 추구합니다. 뮤지컬 특유의 유쾌한 연출과 선명한 악역 구도는 명확하지만, 그만큼 인물과 서사에서 느껴지는 감정적 깊이나 복합성은 희석되어 있습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각기 다른 성격의 아이들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교훈을 전달했던 것과 달리, <웡카>는 그런 주제적 확장보다는 웡카 개인의 이상과 노력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이 이상이 너무 이상화되어 있어, 현실적 공감에는 한계가 있었고 다른 등장인물도 인상이 와 닿거나 기억에 남는 내용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3. 감상 – 아름다우나 아쉬운 초콜릿 박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매우 인상 깊게 봤던 제게 <웡카>는 분명히 시각적 만족과 따뜻한 감성을 제공하는 작품이지만, 서사적인 흡입력에서는 분명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갈등 해결이 지나치게 간단하며, 웡카의 내면적 갈등 또한 드러나는 정도가 약해 감정적 몰입이 어렵습니다. 클라이맥스의 감정적 파고도 높지 않아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나 뮤지컬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으며, 티모시 샬라메 특유의 매력과 음악, 색감이 어우러진 장면들은 감성적인 만족을 선사합니다.
결론 – 초콜릿 포장을 뜯었을 때, 설렘만큼은 있었지만
<웡카>는 분명 사랑스럽고 따뜻한 영화입니다. 그러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비교했을 때, 서사의 밀도나 인물의 깊이에서는 기대만큼 도달하지 못한 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상상력, 순수함, 긍정의 메시지를 품고 있으며,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웡카 세계관의 또 다른 확장을 보여줍니다.
다음에 더 깊이 있는 이야기로 이 세계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웡카>는 초콜릿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그러나 조금 더 풍미가 아쉬운 경험으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