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커 없는 할리 퀸 – 진짜 자신으로 살아가기
“할리 퀸, 광기의 해방이 시작되다”
DC 확장 유니버스에서 가장 개성 강한 캐릭터 중 하나인 할리 퀸. 저는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를 통해 이 인물의 매력에 완전히 빠지게 되었고, 결국 그 계기로 이전 영화인 <수어사이드 스쿼드>까지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단순한 슈퍼히어로물이 아닌, 한 인물이 정체성과 자유를 찾아가는 해방 서사로 읽히는 작품입니다.
2020년 개봉한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는 마고 로비가 다시 한 번 할리 퀸 역을 맡아 폭발적인 에너지로 스크린을 장악합니다. 영화는 조커와의 관계에서 벗어난 할리가 고담시에서 스스로의 이름을 걸고 싸워나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액션과 유머, 그리고 여성 서사의 연대를 효과적으로 풀어냅니다.
영화의 시작은 조커와의 이별입니다. 이는 할리 퀸에게 있어 단순한 연애의 종료가 아닌, 자신을 옭아매던 관계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합니다. 조커라는 보호막이 사라지자 고담의 수많은 적들이 그녀를 노리게 되고, 할리는 이제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싸워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마고 로비의 연기는 인상적입니다. 그녀는 할리 퀸의 엉뚱하고 장난스러운 면모는 물론이고, 독립된 존재로서 성장해가는 내면의 복잡한 감정까지 능숙하게 표현해냅니다. 영화는 이처럼 광기 속에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조명하며, 할리 퀸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듭니다.
2. 여성 중심의 팀업 무비 – 새롭게 짜인 고담의 판
영화에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새로운 팀을 결성합니다. 복수심으로 뭉친 암살자 헌트리스, 고담의 정의로운 형사 르네 몬토야, 그리고 중요한 열쇠를 쥔 소녀 캐산드라 케인. 이들은 처음에는 서로의 방식에 이질감을 느끼지만, 공통의 적을 맞서며 연대하게 됩니다.
‘버즈 오브 프레이’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남성 중심의 히어로 영화 문법을 탈피하여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이 되어 세계를 구하고 스스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각 인물은 전형성을 벗어난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여성 간의 협력과 신뢰라는 주제를 설득력 있게 담아냅니다.
3. 비주얼과 연출 – 혼돈의 스타일, 그러나 통제된 쾌감
영화의 시각적 스타일은 매우 화려하고 독창적입니다. 할리 퀸의 시선을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답게, 영상미는 만화적이고 과장된 색감과 편집으로 구성되며, 때로는 혼란스럽지만 항상 통제된 리듬을 유지합니다.
액션 연출도 창의적입니다. 총기보다는 해머, 방망이, 발차기 등 물리적이면서도 유쾌한 동작들이 중심이 되며, 이러한 액션은 마치 댄스처럼 유려하게 표현됩니다. 특히 경찰서 습격 장면은 색감, 슬로모션, 카메라 워킹의 조합이 인상 깊습니다.
여성 감독 캐시 얀은 기존 히어로 영화의 문법을 해체하고, 여성 인물의 감정선과 시선에 집중하여 새로운 스타일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DCEU의 기존 세계관과는 또 다른, 독립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감상 – 할리에 빠져 수어사이드 스쿼드까지, 그러나 이 영화가 더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버즈 오브 프레이>에서 처음 할리 퀸의 매력에 빠졌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이 영화 쪽이 훨씬 더 할리 퀸이라는 인물에 집중하며 그녀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할리는 조커의 연인이라는 설정에 크게 의존한 반면, <버즈 오브 프레이>는 독립된 주체로서의 그녀를 그려냅니다. 혼란스러운 서사 구조나 과한 장면들도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할리 퀸이라는 캐릭터의 혼돈과 닮아 있기에 오히려 영화의 스타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결론 – 할리 퀸의 시대, 자유롭고도 위험한 매력
<버즈 오브 프레이>는 단순한 스핀오프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와 존재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기존 히어로 장르의 문법을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마고 로비의 압도적인 연기, 여성 캐릭터 중심의 전개, 창의적인 액션과 연출은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슈퍼히어로 장르에 식상함을 느꼈던 관객이라도, 할리 퀸이라는 존재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볼거리와 재미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이 영화로 인해 또 다른 DC 세계를 향해 호기심을 갖게 된 분들도 분명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