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배드 지니어스》 리뷰 – 똑똑한 죄와 위험한 선택의 시작

by 별책별하 2025. 6. 13.

영화 배드 지니어스
영화 배드 지니어스

1. 시험 성적은 권력일까? – 커닝이 만든 위태로운 성공 신화

미국판 《배드 지니어스》는 명문 사립학교를 배경으로, ‘성적’을 도구 삼아 권력과 돈을 거래하는 십대들의 위험한 커닝 비즈니스를 다룬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천재 소녀 ‘린’이 있습니다. 린은 처음에는 단순히 친구 ‘그레이스’를 도우려는 의도로 시험 답안을 넘기지만, 이것이 곧 더 큰 ‘기회’로 연결되며 갈등의 중심으로 빠지게 됩니다.

린의 도움으로 성적이 오른 그레이스는 그 사실을 남자친구 ‘팬’에게도 알리게 되고, 곧 시험 성적과 돈을 거래하는 ‘테이크 앤 기브’ 방식의 비즈니스가 형성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커닝 행위를 넘어, 십대들이 권력과 이익을 어떻게 오용할 수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특히 이들의 범죄는 물리적인 폭력 없이도 누군가의 기회를 박탈하고, 교육 시스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감독은 커닝을 단순한 일탈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는 교육제도 자체의 허점과 불균형에서 비롯된 ‘대안적 생존 방식’처럼 그려지며, 관객들에게 윤리적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라면 이 기회를 잡지 않겠는가?"라는 무언의 질문은, 작품을 단순한 청소년 영화가 아닌 사회 비판적 작품으로 격상시킵니다.

2. 미성년자의 범죄와 도덕성 – “몰라서 그랬어요”는 변명이 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지금의 사회 이슈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최근 청소년 범죄, 특히 비폭력적 지능형 범죄의 증가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그 속에는 학교폭력과 시험 부정행위도 포함됩니다. 과거에는 '학폭'이 물리적 폭력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정서적, 지능적, 온라인 기반의 은밀한 범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몰라서 그랬다는 미성년자의 말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도 선과 악은 충분히 구분이 가능하며 법을 교묘하게 이용할 만큼 영악함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함으로 처벌 받을 이유도 충분합니다.

영화 속 린과 친구들은 단지 "친구를 도우려던 것"에서 시작된 행동이 어떻게 시스템을 조작하고, 결국 다수의 피해자를 낳는 범죄로 발전하는지를 체험합니다. 특히 그들은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이 낮게 평가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판단력을 요구받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미성년자니까 봐줘야 한다"는 인식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습니다. 학폭 사건의 피해자는 평생의 트라우마를 겪는 반면, 가해자는 '소년법 보호'로 처벌을 피하는 현실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배드 지니어스》는 미성년자의 잘못이 단지 '호기심'이나 '철없는 실수'로 치부되기 어려움을 보여주는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3. 청소년의 윤리 교육과 사회 구조의 책임

영화는 린의 내적 갈등을 통해 관객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윤리란 무엇인가?" 린은 스스로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현실적 이득과 시스템의 모순 속에서 주저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 많은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현실과 닮아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정답만을 요구하는 시험 시스템을 통해 아이들을 평가합니다. 하지만 ‘왜 그것이 옳은가’, ‘그 선택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도덕적 질문은 쉽게 가르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지점을 지적합니다. 결국 린은 정답보다 더 중요한 것을 스스로 찾아야만 했습니다.

따라서 《배드 지니어스》는 단순히 "커닝은 나쁘다"는 교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정답보다 윤리적 판단이 먼저인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미성년자의 범죄가 반복되는 이유는, 처벌이 약해서가 아니라, 기본적인 도덕 감각을 키울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미국판 《배드 지니어스》는 원작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현대 미국 사회의 교육 경쟁, 계층 간 격차, 청소년 범죄라는 사회적 맥락을 효과적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천재 소녀의 커닝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단순한 흥미 이상의 문제의식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당신이 옳다고 믿는 선택, 그것은 진짜 정답입니까?”